베일에 대하여—숨기는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
The Veil 베일에 대하여—숨기는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 대표 이미지

마티에르 노트

베일에 대하여—숨기는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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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대하여—숨기는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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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은 웨딩의 가장 오래된 언어다. 수백 년 전부터 신부의 얼굴을 가리고, 걷고, 드러내는 이 얇은 천 한 장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가장 드라마틱한 브라이덜 아이템으로 남아있다는 건,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그 안에 진짜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웨딩에서 베일이 사라진 적이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미니멀리즘과 비종교적 결혼식이 대세가 되면서 베일은 '구식'이라는 딱지를 달았다. 많은 신부들이 베일을 선택하지 않았고, 그것은 현대적인 태도로 읽혔다. 그런데 지금, 베일은 돌아왔다. 그것도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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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의 귀환은 단순한 패션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례(ritual)에 대한 갈망과 연결되어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은 형식의 가치를 다시 발견했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것을 하고 싶다는, 일상과 비일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싶다는 욕구. 베일은 그 가장 오래된 형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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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쓴 순간, 사람은 달라진다. 같은 드레스라도 베일이 더해지면 공기가 다르게 흐른다. 얼굴 앞으로 드리워지는 튤의 결이 빛을 받을 때, 그 안의 사람은 비로소 신부가 된다. 베일은 사람을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을 가장 선명하게 만드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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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것은 원래 악령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이 관습은 중세를 거치며 순결과 복종의 상징으로 변형되었고, 빅토리아 시대에 이르러 지금 우리가 아는 긴 화이트 베일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의 결혼식이 그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베일은 그 어떤 역사적 맥락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아름답기 때문에, 그리고 특별함을 만들기 때문에 선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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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베일은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극도로 미니멀한 방향—얇고 짧은 튤이 얼굴 선을 따라 가볍게 흘러내리는 것.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맥스트 드라마—성당 바닥을 몇 미터씩 덮는 캐서드럴 베일, 혹은 정교한 레이스 자수가 가득 박힌 빈티지 베일. 둘 다 옳다. 어떤 선택을 하든, 베일을 쓴 그 순간은 사진 속에서도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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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형태의 스펙트럼은 어느 때보다 넓다. 한쪽 끝에는 극도로 가볍고 얇은 소프트 튤 베일이 있다. 얼굴 앞으로 드리워졌을 때 피부가 비쳐 보이고, 걸을 때마다 공기를 타며 흔들린다. 이 베일은 존재감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신부의 윤곽을 살짝 부드럽게 만들고, 사진에서 빛을 담는다. 반대편 끝에는 성당의 바닥을 몇 미터씩 덮는 캐서드럴 베일이 있다. 이것은 공간을 점령한다. 신부가 걸어들어오는 순간, 그 베일이 통로를 가득 채우는 장면은 어떤 연출도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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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주목받는 건 그 중간 어딘가의 레이스 베일이다. 할머니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아니 실제로 그럴 수도 있는, 낡고 정교한 레이스 자수가 가장자리를 두른 베일. 이것이 지금 가장 강렬한 브라이덜 아이템 중 하나가 된 건, 단순히 빈티지 트렌드 때문이 아니다. 레이스 베일에는 시간의 무게가 있다. 그것을 쓴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 바늘과 실이 만든 패턴이 수십 년을 버텨왔다는 사실. 그 무게를 자신의 결혼식에 더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 신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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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쓰는 순간은 독특하다. 같은 드레스, 같은 메이크업이어도 베일이 올라가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신부 자신도 그것을 느낀다. 뭔가 시작된다는 감각,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감각. 베일은 그 문지방을 만들어주는 물건이다. 그래서 베일을 올려주는 사람이 누구냐도 중요하다. 어머니이든, 파트너이든, 절친한 친구이든—그 사람이 베일을 올려주는 순간은 결혼식 전체에서 가장 사적인 장면 중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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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하나로, 이야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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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베일을 쓰고 문 앞에 선 신부에게,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베일의 가장 정직한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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